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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쿠로츠키]chi님의 작품-도쿄역에서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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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워프(time warp) : 시간의 왜곡, 과거나 미래의 일이 현재에 뒤섞여 나타나는 것

비가 오는 날, 사고는 항상 우연히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불공평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시간의 흐름은 , 누군가에게는 공평하게 , 누군가에게는 불공평하게 찾아간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사고는 일어난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이 셋 중 지나가버린 것, 지나지 않은 것, 지금 막 지나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스스로가 어디에 있는지, 현재에 있는지 , 당신은 장담할 수 있는가. 언젠가 과거가 된 시간을, 미래가 될 시간을 가끔은 상상한다. 그땐 그랬었구나,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지.

누군가는 기다리고,

" 난 널 기다릴게 "

누군가는 도망친다.

" 다 .. 다 거짓말이에요 .. 거짓말이라니까요! "

세상에는 원인을 알 수없는 것들이 넘쳐난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몰랐을 일들이 생겨난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던지, 중요한 걸 잊어버리던지. 원인은 알 수가 없다.

" .. 뭐야.. 나 지금.. 과거로 온 거야? "

누군가 믿어 줄진 모르겠지만, 알 수없는 일들이 가득하다.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어떤 공간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섞여버린 것과 섞여서는 안되는 것들이 ,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시각은 8시 00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그 아침을 시작해본다. 지금은 현재일까. 과거일까. 미래일까.

그건 생각하기 나름.

***

제 1화 : 만남

때는 도쿄역 지하철 승강장 , 시각은 8시 00분.

' 비는 이래서 싫다니까 '

츠키시마의 손에 들려 잠가진 우산에서 물이 뚝뚝하고 떨어져 내렸다. 비닐봉지로 잘 감싸여 티가 나진 않았지만 축축해진 바지와 김이 서리는 안경을 손으로 털고 닦았다. 비는 이래서 싫어. 빗소리를 듣는 건 좋아하지만 직접 부딪히는 건 정말로 내키지가 않았다. 오늘만 해도 하늘이 어두워서 알람 소리를 착각할 뻔했다. 이런 날은 몸도 찌뿌둥하고 , 다들 지하철로 몰려오니까 말이다. 비 오는 날은 모두들 차를 타기보단 지하철을 이용하니까. 이해는 되지만 그걸 감안해서 더 이른 시간에 나와야 하는 수고는 누가 알아주나.

" 문이 열립니다 "

헤드폰의 노랫소리가 잠시 작아졌다. 츠키시마가 도쿄역을 떠나는 지하철에 한발을 내디딘 순간 , 바람이 , 안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잠시 주변이 밝아지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일순간 모든 게 멈춰버리는 이상한 감각, 멈춰 주변을 살피려 했었는데 , 뒤에 있던 사람이 밀치는 바람에 멈춰있던 츠키시마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두발자국, 지하철 안으로 넘어질 듯 들어왔다. 게다가 무게중심이 쏠려 앞사람이랑 부딪히기까지 했다.

" 아.... 죄송. 아.. 죄송합니다. "

쓰고 있던 헤드폰이 생각이 나 헤드폰을 목에 걸쳐내렸다. 김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가 않아서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음의 목소리가 , 마치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누군가 츠키시마에게 속삭 이는 것처럼 들려왔던 탓일까.

" 아 괜찮.. 이봐 너 괜찮아 ? "

넘어질 뻔한 탓에 짐들이 떨어지려는 걸 잡아주는 거무튀튀한 손이 얼핏 보였다. 젠장할,안경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일단 급하게라도 안경을 벗어 소매로 닦았다. 뿌얫던 아까와는 다르게 깨끗해진 세상, 눈 앞에 있는 건 자신을 잡고 있는 낯선 사람, 밝아진 세상이지만 현실은 밝지 않았다. 젖은 옷가지에 , 누가 밟아버린 자국이 선명한 츠키시마의 운동화 안쪽은 빗물로 물들어 버렸다. 양말 젖는 거 딱 질색인데, 표정이 구겨지고 말았다. 양말 하나를 더 챙겨오길 잘했다고 , 나머지 짐을 챙겨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서 내민 손을 잡긴 잡았다.

일찍 나온 건데 사람도 많고 , 열기에 ,창문에 서리는 김이 지긋지긋해. 학교 때려치울까.

" 괜..괜찮아요. 그보다.. 감사..감사합니다. "

다시 보니 자신이랑 비슷한 학생? 뚫어져라 보길래 츠키시마는 한마디를 했다. 고맙긴 했으므로 , 전철 소리와 주변의 소음보다도 목에 걸린 헤드폰을 다시 쓰고는 ' 말 걸지 마시오' 와 같은 의미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버렸다. 이어지는 혼자만의 공간에 헤드폰의 노래나 다른 걸로 할까 하고 만지작거렸다. 이 노래도 좋지만, 학교 갈 땐 지루한 것보다도 템포가 높은 곡이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니까, 오늘은..

" 카라스노 ? "

...

" 너.. 카라스노 야? "

아 왜 또 ,

쓰고 있던 헤드폰의 음량을 늘릴까 했지만 바로 옆에서 소리를 치는 덕분에 시선이 모여졌다. 하아.. 비가 오는 날은 대부분 일진이 사나웠다. 갑자기 비에 젖은 고양이가 내 앞에서 물을 턴다던가, 도보를 걷다가 물웅덩이를 지나간 차 덕분에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오늘은 너냐. 보라색, 헤드폰을 잠시 내렸다.

" 아.. 예 "

" 카라스노에서 배구하는 거야? 너 ..진짜 "

츠키시마는 예감했다. 무시하려고 해도 옆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 덕분에 , 차단했던 벽을 도로 내려야 했다. 한마디로 조용하고도 우아했던 등굣길은 이제 망했다 이거다. 도와준 건 좋은데, 말은 걸지 않았으면 했다. 나 같아도 내가 참 싹수가 없다만, 그래도 이게 나였다. 불편한 건 딱 질색,

" 아..네 배구하는데 .. 그게 뭐.."

끽-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쪽으로 쏠린 지하철의 움직임에 한 번에 몰려온 압박감 때문에 서로 말을 할 수도 없이 잠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난 이때 정말 다행이라고 , 손가락을 헤드폰 끝에 살짝 대곤 옆을 살폈다. 잠깐의 정적이지만 다시 말을 걸 정도로 , 그렇게 나랑 친해지고 싶은 건 아닐 거라고 ,

" 너 진짜 대단하다 "

는, 츠키시마의 착각이었다.

".... 네.. 맞습니다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하는 이유는 , 아마도 아까 잡았던 손 때문이었다. 츠키시마는 도움을 받았으면 최소한의 예의 정도는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도 그쯤은 지킬 줄 안다고, 근데 카라스노에 다니긴 하지만, 배구로는 그다지 유명하진 않은데 어떻게 알아본 건지. 예전이야 유명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세대가 이미 졸업한 후, 배구로는 이쪽이라면 다른 고등학교가 더 유명할 텐데 .. 혹시 비꼬는 건가.

역시 비꼬는 건가?

아리송한 건 저 표정이 너무나도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메고 있는 가방을 슬쩍 보니 , 아대에 체육복이 두서없이 담겨있고 혹시 배구하는 건가 싶었다. 큰 덩치에 보이는 잔근육과 풍기는 땀 냄새에 즉각 알아버렸다.

" ... 그쪽도 배구 .. 하시나봐요 "

죄송하지만 초면에 그러고 보니 반말이시네요 . 그쪽

" 아.. 아..그게 자랑할 정돈 아니고.... 아직 멀었지만.. 너도 배구하는 거면 2학년? 1학년? "

자꾸 반말이시네요.

" 2학년..입니다만.. 왜 초면에.. "

" 오 정말? 나도 우리 동갑이네 잘 됐다 너도 말 놔 "

.....

....? 아니 제가 당신을 허락하질 않았는뎁쇼

" 아..아뇨 익숙하지..않아서 "

내가 왜 대답을 해주고 있지. 이러지 말자 츠키시마. 너 이렇게 친절한 캐릭터 아니잖아. 그냥 무시할걸, 괜히 헤드폰을 벗어서 대답을 해준 것부터가 내 죄다 내 죄. 아침부터 사람들 등쌀에 밀리질 않나, 반말을 듣질 않나, 안경 때문에 앞은 안 보이지, 죄다 짜증 나는 것들뿐인데 .

츠키시마는 고개를 한번 부르르 털고 이번에야말로 이 헤드폰을 다시 썼다. 멍하니 창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디쯤 온 건가, 한동안 귀를 닫고 있었더니 잠시 어딘지 헷갈렸다.

" 여기.. 어디야 ? "

분명히 카라스노역이여야 하는데 다음 역이..?

나오는 방송이 이질적이었다. 내가 들은 게 맞는지 다시 들을 새도 없이 닫히려는 방송에 , 두리번거리다 서둘러 닫히려는 지하철 문을 뚫고 겨우 뛰어내렸다. 문 앞까지 다가와

한 발자국 , 아까는 몰랐지만 확실하게 변하는 주변의 소음, 색깔, 바람에 고개를 살짝 틀어 아래 위로 눈을 굴렸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섞여가는 색깔에, 지나가는 하늘의 구름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한 찰나, 은근히 나는 시나몬 향이 어색하게도 흘러가고,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빠르게 흘러갔다. 주변의 정적에 , 그게 아니라면 지나친 소음에 귀가 먹먹해지고 마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느끼는 관성에 몸이 기울 정도였다.

두발자국, 숨이..양발이 지하철 문밖에 닿았을 땐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하고 숨을 한참을 내쉬었다. 한차례 먼 곳을 여행한 것처럼 멀미처럼 머리가 , 속이 어지러워 허리를 숙여 무릎을 잡고 몸을 숙였다.

나 왜 숨..참고 있었지. 왜, 어째서, 이렇게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아. 보이는 건 하나도 없고, 계속 이렇게 어지러우면 난.. 도저히.

츠키시마에게서 토해져 나오는 숨에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섞여선 안되는 공기가 폐를 통해 들어가 버린 걸까. 확신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확인한 이정표는 ,' 카라스노 역'이었다. 답답해.. 속이..답답해진 가슴을 손으로 두드렸다. 신경 쓰이던 안경을 잡아 빼고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꾹, 꾹 눌러 눈을 비볐다. 그래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카라스노역인데.

" 그럼.. 방금..본 건.. 뭐였지? .."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 안경을 써 제대로 확인해도 이곳은 , 카라스노 역이었다. 뭐가 뭔지, 분명히 방금 있던 곳은 .. 아니지 그럴 리가 없지. 잠깐 내가 딴 생각을 했던 거다. 그래서 잠깐 잘 못 본 거였을 거라고.. 옆에서 시끄럽게 말을 걸어왔던 녀석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츠키시마는 다시 옷과 가방을 고쳐잡았다. 벌써 비가 그쳐가고 있는 걸보니 , 왜인지 지각의 느낌이 물씬 났다. 한숨을 한 번쉬고 시계를 확인하는데 ,오전 8 : 05를 가리키는 전광판의 전자시계, 빨간색 숫자가 맞는 건지 다시 얼굴을 자라처럼 빼고 쳐다봤다.

보통이라면 30분은 타고 와야 할 거리를 5분 만에? 정말로 ?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을 거야. 내 시계가 잘못됐든 전광판이 잘못됐든 했겠지. 집에 가서 시계 약이나 다시 넣어야겠네. 분명, 그랬겠지. 나도 사람이니까 가끔 시간을 잘못 볼 수도 있는 거고, 아님 뭐가 잘못된 거야?

" 하아.."

볼을 한 번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정신 차리자 정신. 대회하나 끝났다고 몸이 허에 졌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 애.. 배구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 이 근방이라면 저번 대회 때 한 번쯤 봤을 법 한데 .. , 지하철에 탄 건 맞고 이거 다 꿈은 아닌 건데, 이렇게 생생한 꿈이 어딨어. 방금까지 , 그럴 리가.

츠키시마 케이, 네가 잘못 본 거야.

그렇게 시작된 발걸음으로 학교에 가는 츠키시마였다. 보통의 하루,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헤드폰을 쓰고 노래를 듣는 일반적인 하루가 계속되자, 아침에 있던 불가사의한 일들 같은 건 차쯤 기억 속에 지워졌다. 그래 내가 뭔가 잘못 본 거겠지. 흐려진 기억 속에 ,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했다. 그 말에 맞게 츠키시마는 하루를 흘려보냈다. 눈치를 채지 못한 게 있다면 ,

" 츳키 ..? 오늘 우산 들고 왔네.. ? "

하굣길 들고 있는 우산을 한번 쳐다보곤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 어.. 아침에 비가.. 오지 않았었나 "

츠키시마의 학교 동급생인 야마구치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 ..그럴 리가? 오늘은 계속.. 맑았는데 ? "

아직도 젖어있는 우산이 비닐에 감싸져 있었다. 습기가 마르지 못해 그 안에 자욱했다. 이보다 더 한 증거가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젖어있는 우산, 츠키시마의 손에 들려있었다. 분명 , 비가 왔었던, 아니 맞는데

" 아..오늘 시간을 착각해서 .. 좀 일찍 나와서 아침에 온 거겠지 뭐 "

답지 않게 착각한 시간과 , 맞지 않는 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함을 깨닫지 못한 것은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그보다 더 이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때아닌 이상함은 오히려 야마구치 쪽에서 느꼈다. 오늘따라 츠키가 이상하네 , 하지만 이 정도로 생각했다. 햇살이 따사로웠다. 마치 원래부터 이렇게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는 듯이 ,

집에 갈 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출발할 때도, 내리쬐는 햇살이 무척이나 따사로웠다. 그때처럼 멀미가 나는 일도 없었고 평소와 같은 하루, 자리가 나면 앉기도 하고 음악을 듣다가 내리는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다. 비는 한동안 오지 않아 뽀송뽀송하게 마른 우산이 돌돌돌 말려 문 앞 고리에 걸려있었다. 다시 우산을 꺼내 든 건, 부슬부슬 내리는 비 덕분이겠지. 우중충한 하늘에 오늘 날씨를 검색해보니 흐림.

... 흐린 건 나도 보고 아는데 .. 미리 좀 맞춰주라고 날씨 어플아.. 어제까지만 해도 맑음 아니었니. ... 이제 와서..

" 아.. 학교 가기 싫다. "

아침마다 꼭 한 번씩 생각하는 일상, 요새는 일어나기도 힘들다니까.

" 비 .. 오려나 "

보라색에 흰 색점이 작게 찍혀있는 무늬의 우산을 들고 나서는 길이 너무나도 길어 보였다. 오늘 하루도 시작되긴 했구나. 출근하는 사람들 등쌀에 밀려서 겨우겨우 버스를 우겨타보는데, 일부러 가방까지 앞으로 메서 자리를 피해줬다. 하필이면 사람들이 우르르 타고 또 우르르 내리는 곳을 경유하다 보니 사람들에 밀려 어느새 버스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시작된 빗줄기에 한두 명씩 우산을 펴고 , 하지만 우산을 펴기도 귀찮다는 것, 바로 앞이 역 입구이기에 그저 빨리 걸어갔다. 서두르는 사람들, 뛰어가는 사람들 속에 마냥 태평한 모습으로 걸어 역으로 들어갔다.

역 승강장에서 , 잠깐 고개를 들어 목을 빼 스트레칭을 했다. 츠키시마는 그때 이후로 꼼꼼하게 확인했다. 집에 있던 시계도 , 손목시계도, 전광판 시계도 어긋난 건 없었다. 그렇다는 건, 30분 거리인 카라스노에 5분 만에 도착했다.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 도대체 뭐였을까. 왜 그런 기이한 일이 생겼던 걸까. 착각이라고 하기엔 선명한 증거들이었다.

나 혼자 착각해 버린 걸까. 하지만..

' 곧 열차가 도착합니다 ...선 안쪽으로 .. '

열차가 도착하는 소리에 잠깐 뒤로 한 걸음을 옮겼다. 요새 피곤해서 잠깐 착각.. 그래 내가 착각한 거겠지. 잠깐 꿈이라도 , 꿈이라도 꿨던 거라고 여기며 도착한 열차에 발을 내밀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8시 정각에 도착한 열차에 탄 츠키시마는 이번엔,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고 열차에 탑승했다.

전처럼 시간이 멈추던 기분도, 뭔가 불어왔던 느낌도 없이.

" 어 ! 너 ! 너도 이 시간에 학교 가냐 ? "

그대로 헤드폰을 내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꿈이 아니야. 착각 같은 게 아니었어. 분명히 ..

" 어이..너 괜찮아?? 얼굴이.. 창백한 게 .."

시간은 그렇다면 시간은 몇 시.. 인지, 손목시계를 보니 8시 , 8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번엔 착각하지 말고 제대로 보는 거라고 머릿속으로 다짐하면서 옆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그가 츠키시마의 어깨를 잡아 흔들기 전까진 지나가는 풍경하며 전광판을 주시했었다.

" 야..너 지금 이상해 .. ? 너 괜찮은 거 맞아? "

순간 정신이 몽롱해진 느낌에 정신이 빠져버렸다. 시계가 가질 않아. 멈췄어.

" ...그냥..그냥 좀... 어지럽...어지러워서.. 하..아.. "

머리가 띵하고 소리가 울렸다. 지하철의 흔들림에 몸이 흔들리고 점차 힘없이 몸이 움직였다. 타임머신 같은 거라도 탄 건가. 아니면 내 머리가 어떻게 돼서. 그것도 아니면 뭐 나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기라도 한 건가 나.. 난. 지금 어디에..

" 이..일단 나한테 기대.. 괜찮아? 어..그게 여기가 "

" 저기요! 저.. 저 잠깐 .. 잠깐 때려봐요 "

" .. 어..? "

" 아 뭐든 꼬집든가 뭐든 해보라고요 "

당황한 듯 몇 초간 고민하더니 그는 내 손등을 살짝 꼬집어왔다.

" 아.. "

" .. 니..니가 하래서 나는... 아..그 미안 .. 아무튼 .. "

" ..아파..."

" 미.. 미안하다니까 그.. 그게 "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하면서도 그는 츠키시마를 놓칠 못 했다. 얇은 손목을 꼭 잡고 츠키시마의 옆에 다가와 안색을 살피기도 했다. 이것이 둘의 두 번째 만남,

" 아파..? 이런.. 말도.. 안되는.. "

" 너.. 아.. 지금 내려야 돼 -"

지나간 지하철 방송과 함께 손을 잡아끄는 덕분에 덜컹덜컹 거리는 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같은 곳에, 잡힌 손목에 이끌려 내리고 보이는 의자에 앉혀졌다. 꽤나 걱정하는 목소리로 ,

" 카라스노 라고 했지? 어차피 나도 여기서 내리니까. 일단 내리긴 했는데.. 아직도 많이 어지러워? "

같은 곳에서 내린다고? 어차피 여기서 내려? 그럴 리가. 저번엔 먼저 내렸던 것 같은데..

" .. 잠 잠깐만 여기 .. 여기에 있어봐 "

자기 짐까지 옆에 내려놓고 어디론가로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지러운 머리를 잠시 잡고 고개를 숙였다. 긴장이 됐다. 손목시계가 갑자기 멈췄었고 .. 그리고 현재 시간은..

8시 05분.

여덟시 오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째깍째깍하는 소리도 없이 움직여진 분침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말도 안 된다. 게다가 아직도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질 않았다. 8시 5분인 채로 멈춰 서는 움직일 생각도 없어 보였다. 멈춰진 시계와 현실인듯한 통각, 그럼 정말로 여기가 현실이 맞긴 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둥실 떠있는 것 같은 머릿속이 좀처럼 진정되질 않았다. 마치 허상이라도 보는 것처럼 눈앞이 아려왔단 말이다.

" 하아..하아. 자.. 이거.. "

금방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손에 들린 걸 보니 , 바나나 우유,,,

" 우유.. "

바나나우유?,우유라니 .. 이 상황에서 무슨 우유를.. 먹으라는 거야. 웃기지도 않..

" 단 걸 먹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해서..그게 눈에 보이는 게 이것뿐이라 .. "

" 풉 .."

우유를 받아들고 웃어버리는 츠키시마의 옆에 앉아 안도하며 피식 웃는 그의 얼굴이 마주쳐왔다. 헐레 벌떡 뛰어온 그를 보자니, 그래도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 먹으려니까 우유를 가져가 따주기까지 하신다. 아, 비쭉 나온 머리카락에 누가 본다면 돈이라도 빼앗겼을 텐데, 저래 보여도 꽤 신사 다운..

잠깐만. 이거 .. 이거 뭐야.. 유통기한이 무슨..

" 이거.. 유통기한이 .."

" 에..? 유통기한이 지났어? 편의점에서 샀는데 .. 어디 봐 "

유통기한이.. 2009년..? 잠깐만 설마. .. 설마?

" 아.. 괜찮은데? 다음 주 까지고 ... "

" 그.. 어.. 잘못. 봤..나봐요.. 근데..오늘이.. 몇..며칠 이였죠? "

아 잠깐만 하고 핸드폰을 확인하는 그의 모습에서 알았다. 이제야 주변이 살펴졌다. 카라스노 역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했다. 내가 알고 있던 카라스노역은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아 화장실부터 편의점까지 모두 새 건물이었다. 분명 카라스노역이여야 할 이곳은 처음 보는 역, 사람들의 옷, 틀어진 전광판에서 나오는 뉴스들이 , 모두 낡아있었다.

" 아마도.. 자 .. 22일? "

핸드폰을 열어 보여주는데, 선명한 연도 2010년 , 2010년도였다. 내가 있던 곳은 2017년도 어째서, 여긴 2010년도인 걸까. 잘 못 본 것도 아니고, 어제부터 이상해. 말도 안 되잖아. 아냐 , 다시 되짚어보자,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 틀린 부분이라도 있었던 거야?

" 정말로 괜찮은.. 거지? 약이라도 사 올까? 잠깐.. 저기 약국 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응? "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서 한참을 생각했다. 해도 해도 나오는 결론은 단 한가지.

" .. 뭐야.. 나 지금.. 과거로 온 거야? "

말...도..안..안되는데 왜 .. 이게... 설마, 그럼 저번에도 그랬던 거야? 그럼 그땐 왜 다시 돌아왔지? 이번엔 왜 안 돌아가진 거고 .. 나는.. 왜 여기에 남은 거지. 저번엔 잘도 돌아가놓고 이번엔 왜 2010년도에 와버린 거야. 아이씨 진짜,

" 자 여기 물도 같이 사 왔어.. 일단 먹고 잠깐 있다가 .."

" 여기.. 2010년도인 거죠 ? 저 .. 그.. 이름이 .. "

아 이름이 뭐더라... 그... 저번에 들었던 것 같긴 한데..

" 쿠로오 . 쿠로오 테츠로 -. 넌 츠키시마 케이 였지? "

" 아.. 네.. 그.. 쿠로오..상.. 아무튼.. 잠시만 .. "

잠시만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서요.. 저 빼고 다 여기서 나가주실래요 . 지금 제가 좀 우울해졌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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